지난 몇 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없는 영화를 꼽는다면 무조건 더마블스를 1위라고 말할 것입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으로 오랜 기간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준 히어로들이 물러나며 마블 스튜디오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선보이는 작품 족족 처참한 관객 성적과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마블을 소유한 디즈니의 욱여넣기식 PC주의 집착을 마블의 히어로들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더마블스는 마블의 영화에 종말을 고했다 할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마블 영화를 이해하고 싶으면 디즈니플러스 구독부터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하고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사업 전략은 어떻게든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진거 같습니다. 경영진들이 인터뷰를 통해 일찍이 마블의 영화를 보기 위해선 디즈니플러스를 봐야 한다고 공헌한 바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마블스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보기 전에 먼저 디즈니플러스 가입해서 미즈마블, 완다비전 정도를 봐야 이야기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을 플랫폼 안으로 끌고 들어오며 2019년 런칭 후 가입자 약 1억 6천 명을 모으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작품만 봤을 때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마블 영화는 그동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작품, 캐릭터간 유기적인 구성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모두 영화로 개봉한 작품들이기에 보는 것에 큰 부담이 없고, 설령 시리즈물 하나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영화가 이해되지 않거나 재미가 크게 반감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마블스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완다 비전, 미즈 마블을 보지 않고서는 스토리나 캐릭터의 설정을 2시간의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란 도통 어렵습니다. 영화를 재미없게 본 관객들이 다른 내용이 궁금해서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할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미즈 마블과 연결되는 장면이나 완다 비전을 봐야지 알 수 있는 모니카가 능력을 얻게 된 과정 등이 몇 차례 등장합니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짧은 호흡의 영화이기 때문에 한 장면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음 내용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캡틴마블은 영웅인가 사이코패스인가
디즈니의 본격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유치 영화라는 점은 차치하겠습니다. 그럼 더마블스 작품 자체로는 재미가 있는지 따져보면 관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히어로물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캐릭터의 행동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공 캡틴 마블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우주를 지키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사이코패스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 서로의 능력 충돌 문제로 위치가 바뀌면서 스크럴 난민 지역에 가게 됩니다. 여기서 스크럴족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팀의 리더인 캡틴 마블은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것이 아닌 남은 사람이라도 살리자고 말합니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하려고 위협을 무릅쓰는 스파이더맨이랑 너무 대조적으로 보였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백미는 무엇보다 화려하고 박진감 있는 액션씬입니다. 캡틴 마블은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만큼 모니카, 카밀라와 속 시원한 액션이라도 보여줬으면 혹평까지는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뱅글 때문에 자꾸 주인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정신없는데 액션은 왜 이리 맥이 빠지게 연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호크아이랑 차기 앤트맨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서로 힘을 합치자고 말하면서 영 어벤저스의 탄생을 예고하며 끝납니다.
더마블스의 영화 개봉 후 성적은 가히 처참했습니다. 북미 개봉 첫 주 역대 마블 영화 중 역대 가장 낮은 주말 성적을 거뒀으며 그 뒤로 순위는 계속 떨어지며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박서준 배우가 출연하다는 알려지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전부터 기대가 높았으나 실제 5분이 채 되지 않는 분량과 형편없는 스토리로 관객 69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한동안 마블의 영화를 보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