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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배트맨, 고담시보다 더 깊고 어두운 히어로

by lunamir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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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마블 유니버스 영화의 강세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DC(디텍티브 코믹스)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캐릭터 조커 솔로 뮤비(2019)에 이어 더배트맨(2002)을 공개했습니다. 

 

더배트맨은 배트맨 이전에 인간 브루스웨인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로 총 3부작으로 제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를 최고의 배트맨 시리즈로 꼽는 분들이 많지만 개인 취향으로는 더배트맨이 보다 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 본질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커튼코베인을 떠올리는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더 배트맨은 2022년 3월 국내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이 176분으로 거의 3시간에 달하기 때문에 보면서 지루한다는 평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숏폼의 시대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3시간 동안 앉아서 한 영화를 보는 것이 고역일 수도 있겠습니다. 

 

연출과 각본은 맷 리브스 감독이 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클로버필드와 혹성탈출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J.J. 에이브럼스 영화감독과는 어릴 적 친구로 만나서 함께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 것으로도 유명한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밑에서 보조로 일하며 실력을 쌓았습니다. 

 

주인공 브루스웨인/배트맨 역할은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배우는 트와일라잇에서 보여준 순정적인 뱀파이어로 단숨에 스탐덤에 올랐는데 그가 가진 묘한 퇴폐적인 인상이 더배트맨 속 캐릭터와 잘 어울렸습니다.

 

영화 속 로버트 패틴슨을 보면서 미국의 전설적인 밴드 너바나의 커튼 코베인이 떠올랐습니다. 찾아보니 맷 리브스 감독도 캐릭터를 잡을 때 너바나를 참고했고, 영화에 너바나 두 번째 앨범의 수록곡 Something in the way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습니다. 조용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라 더배트맨의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배트맨과 대적하는 메인 빌런 리들어 역은 폴 나노 배우, 캣우먼은 조 크라비츠, 제임스 고든 경위는 제프리 라이트 배우가 출연합니다. 2,3편에서 역할이 기대되는 콜린 파렐은 배트맨 세계관 속 조커만큼 인기 캐릭터인 펭귄 역을 맡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비중은 적은 편입니다.

진짜 영웅이 되어가는 배트맨의 성장기

더배트맨은 8번째 배트맨 솔로 뮤비로 브루스웨인이 본격적으로 배트맨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을 그리고 있습니다. 브루스웨인이 배트맨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과 어둠이 스토리를 이루는 축입니다.

 

배트맨에게 어둠은 필연적인 존재입니다. 브루스웨인의 부모님은 어두운 밤 골목에서 살해됐고, 트라우마로 남은 이때의 사건으로 인해 그는 고담의 밤을 지키는 존재인 배트맨이 되고자 결심합니다.

 

연말 고담 시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의 손가락은 잘려있으며, 얼굴은 테이프로 칭칭 감긴 채 빨간색으로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연쇄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고든 경위와 배트맨은 범인 리들러를 찾아나섭니다. 리들러는 배트맨에게 계속 수수께끼를 던지면서 고담시의 고위 인물들의 추악한 면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리들러의 수수께끼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배트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의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선악의 갈림길 중간에 선 배트맨 혹은 브루스웨인은 진정한 영웅의 자격을 시험받습니다.

공포는 도구다.

더배트맨은 배트맨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에 집중한 영화에 걸맞게 캐릭터 분석이 아주 깊이감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연출, 미장센,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어둠 그 자체로 느끼게 해 줍니다.

 

다크나이트는 낮과 밝은 색감이 많이 사용돼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더배트맨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비 내리는 날씨와 밤, 채도 낮은 조명으로 마치 박쥐가 사는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음울하고 습한 느낌을 연출해 배트맨 캐릭터가 가진 속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영화 속 "공포는 도구다"라는 대사는 배트맨이란 인물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요소입니다. 공포는 악한 자들이 사람들을 몰아세우기 위한 장치만이 아닙니다. 배트맨은 악당들을 처지할 때 항상 어둠 속에서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 나와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배트맨은 악당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공포를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언제나 자신이 지켜 보고 있음을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배트맨은 고담시를 위한 정의가 공적인 선이란 신념으로 활동했지만 어쩌면 부모님의 원수에 대한 사적인 복수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선악에 대한 혼돈을 겪은 배트맨은 마지막 순간 결정을 내리며 비로소 완벽한 배트맨으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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