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앉아서 이런저런 망상을 즐기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길을 걷다 괴한에게 납치됐는데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면 살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말이 "저는 누구누구입니다!"라며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겁니다. 사실 살다 보면 가끔 동명이인을 만나기에 이름은 내가 나인지를 증명해주지 못합니다.
우리가 앉을 수 있는 것을 의자라 부르고 손으로 잡고 무언가를 쓰게 해주는 것을 펜이라 부르듯 이름은 상대방이 나라는 대상을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약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듯 말입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설 연휴를 맞아 조진웅 주연의 영화 데드맨이 개봉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개봉한 '도그데이즈'. '소풍', '아가일' 등을 제치고 한국영화 사전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는 중입니다.
이름에 살고 이름에 죽는다.
영화 '데드맨'은 자신의 이름=명의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 이만재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이만재는 명의를 남발하다가 한 번에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쫓다 일이 꼬여버립니다.
두둑한 돈을 쥐어주며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라는 권유에 독박을 피하고자 중국으로 떠납니다.
약속보다 길어지는 도피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켜니 이만재 본인이 1000억 횡령을 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뉴스 속 이만재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만재는 서둘러 짐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자신의 방에 나타난 괴한들에 의해 납치를 당합니다. 살아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죽은 사람인 '데드맨'이 된 만재는 중국 어딘가에 있는 사설 감옥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노역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몇 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낸 만재 앞에 목숨값을 치르겠다는 정치 컨설턴트가 등장합니다. 심여사로 불리는 정치 컨설턴트는 만재를 비행기 태워 한국으로 돌아오며 하나의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만재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한 인물 공희주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만재가 살아있다는 주장을 하며 지속적인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활동 중입니다. 만재는 공희주를 찾아가고 자산에게 누명을 씌운 1000억 설계의 실체를 찾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니다.
데드면 이름 값하는 영화 될 수 있을까
데드맨은 하준원 감독의 영화감독 데뷔작입니다. 하 감독은 원로 영화인 하명중 감독의 둘째 아들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했습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를 봉준호 감독과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계속 시나리오, 영상 제작 일을 접했고, 졸업 작품으로 출품한 'One Fine Day'의 경우 칠레 국제 단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만큼 오랜만에 데뷔작이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데드맨 영화 제작을 위해 5년간 자료조사와 집필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데드맨은 2024년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만큼 꽤 비싼 이름값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데드맨으로 나오는 주인공 이만재는 조진웅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조진웅 배우는 언제나 작품에 맞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인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몰입감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데드맨을 사설 감옥에서 꺼내주는 정치컨설턴트 심여사는 김희애 배우가 맡았습니다. 최근 영화, 드라마에서 열일하고 있는 김희애 배우인데요. 영화 데드맨에서는 기존에 보여주던 이미지와 달리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심 여사로 변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만재를 찾다가 의기투합하게 되는 공희주역은 이수경 배우가 출연합니다. 어디서 봤는지 생각해 보니까 2021년에 개봉한 박정민, 윤아 주연의 영화 '기적'에 출연했습니다. 기적에서 박정민의 따뜻한 누나 연기를 잘 소화했습니다. 이번에도 베테랑 배우 조진웅, 김희애 배우에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했습니다.
아직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흥행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고, 설 연휴 때 관객들 선택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