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근현대사를 배우며 분노를 끓게 한 역사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민주화 시계를 멈춰 세운 12.12 군사쿠테타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전두환, 하나회 조직일당과 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운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의 9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 속 '서울의 봄'은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총살된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선포가 내려지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광복 이후 국민들의 그토록 염원하던 민주 정부 설립에 대한 희망을 담겨있던 시절입니다.
12.12 군사쿠테타 이후의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기때문에 영화를 보면 너무 화가 날 것 같아 망설였지만 다시 기억하고 싶어서 관람했습니다.
정우성에게 배우의 봄날을 선사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과 동시에 전국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정우성 배우에게 인생 처음 천만관객 타이틀을 선사한 작품입니다. 가까운 근현대사이면서 동시에 현재 정치의 모습을 오버랩해 보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N차 관람 인증을 하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90년대부터 영화계에서 활약한 김성수 감독님이 2016년 <아수라> 이후 정말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김성수 감독 연출작 중에는 개인적으로 어릴적 참 좋아했던 작품 <비트>, <태양은 없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무사>, <영어 완전 정복>, <감기>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두광 역은 배우 황정민, 이태신 역은 정우성, 정상호 참모총장은 이성민, 노태건 9사단장은 박해준, 헌병감 김준엽은 김성균이 맡았습니다. 이외에도 한국 남자 배우는 한번 씩은 출연해 얼굴을 비췄다고 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출연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연기했습니다.
권력에 눈 먼 자를 막아야만 한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서울의 봄이 부러온다는 희망도 잠시 10.26 사건 조사를 맡은 전두광 보안사령관이자 합동수사본부장은 군내 비밀사조직을 총동해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킵니다. 최한규 대통령의 거부에 의해 형식상 합법적인 권력 찬탈에 실패하자 군화 발로 민주화를 짓밟고 올라서려 합니다.
권력을 손에 쥐려하는 전두광의 반란군을 앞에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을 비롯한 진압군이 등장해 앞을 막습니다. 또 한명의 독재자의 탄생이냐 민주화의 시작이냐를 두고 9시간이 흘러갑니다. 권력의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은 성공할 지 실패할 지 고요한 서울의 밤 역사를 건 전쟁이 펼쳐집니다.
역사는 결국 옳은 자리를 찾아간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전두광의 반란군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권력의 개가 된 사조직 군인들은 군 요직을 하나씩 차지하게 됩니다. 정우성 배우가 연기한 이태신 역의 실제 이물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입니다. <서울의 봄>을 역사적 사실과 비교해서 보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로도 장태완 사령관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전두광과 맞서 싸운 인물입니다.
단연 압권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있게 사건이 몰아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팽팽하다보니 보는데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었습니다. 최규하 대통령은 실제로도 쿠테타에 소극적인 자세로 비판 받았는데 영화로 보니 또 화가 났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저때 저렇게 했으면, 이때 이렇게 했으면 반란군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와 1980년 전두환이 군사반란의 성공 후 내세 운 건 '정의구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모든 사람이 비난하지만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였습니다.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필요한 건 당위성입니다.
전두환은 이를 위해 당을 만듭니다. 이름은 민주정의당, 줄여서 민정당. 민정당은 이후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어집니다.
전두환은 8차 개헌으로 11, 12대 대통령을 하고 6월 민주항쟁 이후 하나회의 노태우에 권력을 넘겨줍니다. 사실 제일 열받는 건 그 많은 국민들이 피를 대가가 군사 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입니다.
서울의 봄을 보고 느낀 점은 역사를 결국 옳은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영원할 줄 알았던 전두환은 노태우와 손잡고 감옥에 들어갔고 죽어서도 온 국민의 욕을 먹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회는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하며 모두 숙청되며 비참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역사에 기록될 부끄러운 그 이름들
영원한 권력은 없다. 역사 앞에 겸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