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는 보면 기분 전환할 수 있어서 즐겨보는 장르입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지금까지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결이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주인공의 화끈한 대사가 기억나 종종 꺼내보는 작품입니다. 알콩달콩 귀여운 사랑이야기가 아닌 세상에 찌든 어른들의 사랑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추전 합니다.
정가영 감독표 화끈한 어른들의 사랑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2021년 11월 24일 개봉했습니다. 다가오는 연말 시즌을 맞아 옆구리가 시린 솔로들을 위한 멜로/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영홥니다. 개봉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작품 속 찰떡같은 대사와 주연배우 손석구, 전종서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정가영 감독은 연애빠진로맨스 개봉 이전까지 주로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했습니다. 이전 작품들을 보면 혀의 미래, 비치온 더비치, 간밤에 꾼 꿈 등 연애, 섹스를 주제로 특유의 영화 문법을 정리해 왔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생생함을 불어넣는 발칙한 대사는 정가영 감독의 시그니처입니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연애 빠진 로맨스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시나리오 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기획단계 최초 제목은 주인공 이름을 활용한 '우리, 자영'이었습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제목이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우리, 자영'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더 높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주인공 박우리 역은 손석구 배우, 함자영 역은 전종서 배우가 각각 연기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다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영화 속에서 둘의 호흡은 흠잡을 부분 없이 완벽합니다. 손석구 배우의 나른한 느낌의 표정과 말투가 찌질한 우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전종서 배우는 발음이 정확해서 대사 전달이 잘 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여기에 작품의 맛을 더한 조연으로는 공민정(선빈), 김슬기(유미), 김재화(편집장), 임성재(마초), 임선우(연희)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사랑이란 고난이도 감정 서비스
영화는 풋풋하고 달달한 이야기가 아닌 이미 모진 세상 풍파를 다 겪으며 남아있던 연애감정 마저 바싹 말라버린 어른들의 사랑입니다. 내년이면 30살을 바라보는 자영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상처로 인해 친구들 앞에서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더 이상 연애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외로움에 데이팅 어플에 자꾸만 손이 갑니다.
한편 잡지사의 칼럼니스트인 우리는 자신이 어장에 갇힌 물고기인지도 모른 채 같이 일하는 선배를 좋아하는 호구입니다. 그러다 편집장에게 성인용 칼럼을 쓰라는 업무 지시를 받게 되고, 글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 압박감에 어쩔 수 없이 데이팅 어플에 가입합니다.
명절 아침에 우리와 자영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만납니다. 추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평양냉면에 소주를 마시는 엉뚱한 자영은 초면에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우리를 당황시킵니다. 모텔까지 가게 된 둘은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겠만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둘이지만 우리가 자신과의 만남을 소재로 연재해 온 칼럼을 보게 된 자영은 큰 배신감에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하염없이 자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사랑에 주저하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
어른이 될수록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신중하게 되어버립니다. 20대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서로가 좋아하는 감정만 있다면 연애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수록 감정 하나만으로는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점점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연애를 뺀 로맨스는 어쩌면 관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라면 으레 마지막에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이 이뤄지는 법인데 연애 빠진 로맨스는 기존 클리셰를 거부하고 굉장히 현실적은 결말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남녀처럼 느껴지지 위해 배우들 의상도 평소 가지고 있던 사복들을 같이 활용해서 그런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대하는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녹여낸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