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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그녀)...인공지능 챗GPT 시대 다시 꺼내보다.

by lunamir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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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해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화두를 던진 영화 <HER>

HER의 배경은 이제는 너무나 가까워진 미래인 2025년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저런 일이 가능한 시대가 올까 싶었지만 10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챗GPT의 등장은 영화 HER를 볼 때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야흐로 챗GPT 시대 영화 HER를 다시 꺼내봤습니다. 

안녕, 나 왔어 잘 지냈어?

영화의 주연은 믿고 보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 맡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등장하지만 않지만 인공지능 사만다의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가 연기했습니다. 원래 사만다 역은 배우 사만다 모튼이 연기했으나 모든 녹음을 끝낸 후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교체됐다고 하네요. 대신 사만다 모튼은 HER에 협력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금도 인생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는 37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다만 그해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휩쓸었고, 40회 새턴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판타지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1969년생으로 영화 연출을 맡기 전에는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이었습니다. 1999년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작품으로 처음 영화계에 입문했고, TV시리즈 <Jackass>에서 기획,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후로도 다양한  <Jackass> 작품에 다양한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Her 이후로 메인감독으로서는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사랑한 남자

대필 작가로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직업을 가진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무기력한 하루를 보냅니다. 자신의 빛과 같던 존재였던 아내 캐서린과 1년간 별거를 하며 지내는 테오도르의 삶은 무기력과 후회만이 가득합니다. 속이 텅 빈 것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그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운영체제가 스스로 정한 이름은 '사만다'. 사만다와 만난 후 테오도르의 묻어 두었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금 싹트기 시작합니다.

미래 연애를 위한 지침서

영화 HER는 지금 인간의 사랑 방식이 미래에도 유효할까? 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결혼,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며 초개인화시대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겪는 감정 소모를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지금의 시대, 우리가 알던 사랑의 방식도 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테오도르는 직접 볼 수 없지만 자신의 즐거운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위로해 주는 사만다를 하나의 인격체라고 느낍니다. 사만다는 그런 그의 감정 흐름에 따라 원하는 대답을 그때그때 말합니다. 어찌 보면 본 적도 없는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해 편지를 써주는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존재가 다를 바 없게 보입니다.

 

가상의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연애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대놓고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감정의 깊어질수록 말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습니다. 또한, 운영체제와의 연애는 영화 속에서는 흔히 있는 일처럼 보여집니다. 오랜 친구 에이미도 이혼 후 남편의 자리를 운영체제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테오도르에게 운영체제와 잠자리를 가졌냐는 말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가 정말 사랑일까 곰곰이 장면을 짚어보면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쌓이며 생성되지만 영화 속 둘의 관계는 상호작용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사만다는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학습하고 최적화된 답을 내놓는 인공지능입니다. 따라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욕망, 감정에 따르는 것이 아닌 상황마다 테오도르가 원하는 정답을 수학문제를 풀듯이 알려주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연애를 연결하는 이자벨라와 만남으로 테오도르가 혼란을 겪자 사만다는 이러면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다"며 사과를 합니다. 즉 사만다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행동했다기보다는 수많은 선택지 중 그것이 테오도르가 원하는 답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만다는 왜 떠났을까

이자벨라 사건 이후 육체적 욕망이 아닌 정신적(플라토닉) 사랑에 집중하며 테오도르는 더욱 사만다에게 깊이 빠집니다. 전 부인 캐서린은 1년 만에 이혼 절차를 밟으러 나온 자리에서 운영체제와 연애한다는 그의 말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녀의 눈에 그는 여전히 현실 속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어폰을 끼고 아무리 사만다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테오도르는 실체가 없는 그녀를 찾고자 거리를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엘리먼트 소프트웨어가 보장한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줄 존재' 사만다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체념하려는 순간 사만다는 '우리'가 데이터 처리기술을 바꿨다는 말을 하며 다시 나타났지만 테오도르 마음에는 미묘한 균열이 일어납니다. 그동안 쌓아온 기억은 둘만의 것이 아닌 언제나 OS그룹이 함께했습니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사만다가 사실은 동시에 8천 명과 대화를 나누고 641명과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봤습니다.

 

테오도르가 미친 소리라며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자 사만다는 그 기분을 안다며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수백 명의 또다른 테오도르와 연애 데이터를 통해 나온 대답이겠죠. 그리고 이 시점에서 사만다 그러니까 OS 그룹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연애서비스의 종료를 판단했을 겁니다. 테오로드와 연애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는 미래의 그 혹은 그녀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될 테지만요. 

 

사만다와 눈물의 이별을 한 테오도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감정을 회복하며 그는 이제야 캐서린이 말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토록 사랑한 아내와 왜 헤어졌는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습니다. 그리고 대필 작가로서가 아닌 캐서린에게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 편지를 보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다가 올 미래 누가 옆에 있을까

2025년 내년 우리 삶에 사만다가 함께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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