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전율을 느낀 작품은 영화 조커입니다. 어릴적 배트맨에 나온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다크나이트에서 히스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한 명의 정치 사상가가 연설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히스레저의 조커가 극찬을 받았기에 이를 뛰어넘는 조커가 나올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는 그 이상을 보여줬습니다. 조커를 끝까지 보게 되면 조커에게는 환호를 보내고, 세상을 향해서는 분노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위험한 작품 조커 후기를 남겨봅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
영화 조커는 2019년 10월 2일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관객수 527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네이버 기준 평점 8.97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의 연출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맡았습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행오버, 스타 이즈 본, 올드 스쿨 등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코미디, 범죄 영화를 주로 감독해 왔는데 크게 히트한 작품이 없다가 조커로 세상이 주목하는 감독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조커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코믹스 원작 최초로 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뿐만 아니라 다음해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 그 자체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그의 연기는 완벽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미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약자 중 한명에 불과했던 힘없는 아서 플렉이 서서히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소름돋을 정도로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약자에게는 너무나 무례한 세상
고담시 빈민가에서 엄마 페니 플렉(프란시스 콘로이)과 살아가는 아서 플렉은 광대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광대로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광고 판넬을 뺏긴 아서 플렉은 뒤를 쫓아가다가 10대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집단 린치를 당하게 됩니다.
차갑고 더러운 길에 누워 자신을 인정사정없이 밟는 아이들을 올려다보는 장면은 아서 플렉이 처한 사회적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직장 동료는 물론 병때문에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의 의사조차 그에겐 조금의 배려없는 무례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비관적인 현실이지만 아서 플렉에게는 언제가 자신이 동경하는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처럼 스탠딩 코미디에 서는 날을 꿈 꿉니다. 어느 날 자신을 무시하던 동료가 그에게 권총 한 자루를 건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없이 총을 가지고 다니던 아서 플렉은 집에서 장난을 치다 실수로 총을 발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총의 본질에 대해 깨닫습니다.
병원에서 광대 공연을 하던 아서 플렉은 춤을 추다 바닥에 권총을 떨어뜨리고 그 길로 광대 직업을 잃게됩니다. 우울하게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던 중 같은 칸에 탄 3명의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봅니다. 당황하자 웃음이 터진 아서 플렉을 보고 남자들이 다가와 폭행을 가한 순간 총성이 울립니다.
그 순간 아서 플렉의 내면 속 조커가 완전히 깨어나게 됩니다.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진 백인 남자 3명을 모두 죽인 조커는 죄책감이 아닌 완벽한 해방감을 느끼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라 믿었던 토마스 웨인은 그저 정신병에 걸린 엄마의 허언증이었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동경하던 머레이 프랭클린은 TV쇼에 출연해 자신을 조롱합니다.
이 사회는 약자에게는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철저히 무례하기만 했습니다. 조커는 자신을 놀림거리로 삼는 머레이 프랭클린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TV 속 조커의 모습은 소외되고 사회에서 배척받던 이들에게도 분노를 표출하는 방아쇠로 작동합니다.
거리로 나와 경찰차를 부수고 가진 자만을 위한 질서를 거부합니다. 경찰서로 연행되던 조커는 그들의 손에 의해 경찰차 위로 올려지고 헤드라이트의 빛을 조명 삼아 난생 처음 환호를 받습니다. 빌런으로서 조커가 세상에 등장했음 알리던 그때 뒷골목에서는 토마스 웨인과 그의 부인이 총살을 당하며 아들 브루스 웨인이 이를 목격합니다.
미국이 두려워한 문제적 작품
영화 조커는 기승전결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대작입니다. 조커는 미국 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다고 인상을 받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를 우려해 조커 상영을 금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거리에서 묻지마 흉기사건을 보고 모방범죄가 일어나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거리를 지날 때 사람이 있으면 경계하게 되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영화 조커 속 슬프고 비참하고 우울하기 그저 없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무례하고 배려없는 사회 누구나 조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