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이 23년 만에 치킨런 : 너겟의 탄생이란 제목으로 돌아왔습니다.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디지털시대이기에 더욱 귀한 클레이애니메이션로 제작된 작품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재미고 귀여운 애니메이션이면서 삶과 진정한 자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시대에 맞춰 변화한 아드먼 스튜디오
치킨런 너겟의 탄생(치킨런2)은 2023년 12월 15일 극장이 아닌 시대 흐름에 맞춰 OTT넷플릿스 영화서비스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연출은 영국 출신의 샘 펠 애니메이션 감독인 맡았는데도 치키런1의 감독인 피터 로드와는 2006년 <플러쉬>라는 작품에서 인연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진저 역할은 탠디 뉴턴, 진저의 남편인 록키는 재커리 레비가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제작사인 아드먼 스튜디오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영국 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드먼 스튜디오는 잘 알려진 클레이 애니메이션 <윌리스와 그로밋> 시리즈를 만든 회사입니다.
용감한 진저와 쏙 빼닮은 몰리
트위디 양계장에서 탈출한 진저와 록키 그리고 개성있는 닭 친구들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호수 가운데 조그만 섬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찾은 진저와 친구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진저의 딸 몰리는 늘 섬 밖 세상이 궁금합니다. 몰리에겐 지금의 섬이 오히려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결국 몰리는 모두가 잠든 밤 사이 자유를 찾아 섬밖으로 나갑니다.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게 되고 파라다이스 같은 펀랜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모든 닭들이 행복하게 뛰노는 낙원이라 생각했던 펀랜드는 사실 치킨너겟을 만드는 양계장이었고, 몰리가 양계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진저는 록키 그리고 친구들과 양계장 침입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양계장 밖은 자유라고 생각했던 진저와 친구들
치킨런 1은 2차 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탈출했던 포로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대탈주>를 모티브로 한 만큼 영화 내내 나치 독일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치키런2의 주배경이 되는 펀랜드는 알록달록한 색깔로 꾸며진 공간입니다. 하지만 두 공간은 모두 본질적으로 자유를 구속하는 공간입니다.
치킨런이란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닭들은 양계장을 벗어나야만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닭들이 스스로 양계장으로 찾아 들어간다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도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저와 그 친구들은 몰리와 다른 닭들을 구출하기 위해 기꺼이 양계장에서 들어가는 길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영화 치킨런에서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1에서는 양계장을 탈출함으로써 물리적, 신체적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면 2는 정신적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유와 정배치 되는 상직적 존재(양계장)도 더 이상 그들의 자유를 구속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 진저는 세상을 궁금해하는 몰리를 보며 "차라리 알 속에 있는게 나았어"라고 말합니다. 알 속 혹은 엄마 품에만 머물면 몰리는 결코 자유를 경험하지 못할 겁니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서 <데미안>
1에서 양계장을 벗어나며 물리적 알을 깼다면 2에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신의 생각을 깨며 진저와 친구들은 진정한 자유를 찾았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귀환
대학교 때 선배가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3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이 자리 잡은 지금 손으로 조금씩 움직여가며 촬영을 하는 아날로그의 정수 스톱모션 방식의 클레이애니메이션이라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치킨런 2를 만들기 위해 약 300명의 인원이 한 공간에 모여 500개의 인형을 가지고 4년 넘는 제작기간을 들였습니다.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움직임 모든 것이 수작업이기에 하루를 꼬박 들여도 영화 몇 초를 제작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너무 고된 작업이기에 업을 사랑하는 사람조차 쉽사리 도전하기 힘들 제작방식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영화를 개봉해 투자비 회수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드만 스튜디오는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고자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IP(지적재산권)과의 어느 정도 타협을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윌리스와 그로밋 6편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이어가려면 아드만 스튜디오가 선택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비건푸드시대, 동물복지의 모순
치킨런 2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동물복지의 모순입니다. 비건 열풍과 함께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비난도 거세졌습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동물복지인증 제도입니다. 인도적으로 소, 돼지, 닭을 사육하는 농장에 인증을 준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증인지 의문입니다.
영화 속 펀랜드 속 닭들의 모습은 인간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행복해 보입니다. 자신이 죽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죽는 것이 닭의 복지를 위한 것인지 그저 인간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행위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킨런도 배경을 공장식 양계장에서 동물복지 양계장으로 옮겨간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와 함께 치킨런3까지 기대
알을 깨고 나와 진정한 자유를 찾은 진저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