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야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며칠 전 공개됐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액션 영화 문법을 정립한 마동석 배우가 출연하기에 공개되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포스터에서 악어 꼬리를 잡고 있는 마동석의 모습을 봤을 때는 거대 악어와 인간이 대결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두홍 무술감독의 제자로 무한도전에서도 멤버들 액션을 가르치기 위해 출연했던 허명행 감독이 이번 황야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허 감독님은 내년에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 4의 감독도 맡았기 때문에 황야에서 어느 정도의 연출 역량을 보여줄지가 향후 작품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와 마동석의 첫 만남
영화 황야는 2024년 1월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작품으로 작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작입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 배경이 됐던 황궁아파트가 황야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됩니다. 무술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의 영화감독의 데뷔 작품입니다. 황야는 액션에 초점을 맞춤 킬링타임용 영화입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헐리우드까지 진출한 마동석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액션 감독과 액션 전문 배우의 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영화 공개 전부터 기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체형에 애니메이션 원펀맨같은 마동석 배우의 액션 스타일은 언제 봐도 시원시원합니다.
마동석 배우는 연기뿐만 아니라 범죄도시를 통해서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황야에서는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황야에서 맡은 배역은 남산이라는 마을지킴이 겸 사냥꾼입니다. 영화에서 딸을 살리려다 광기에 잡아 먹힌 미친 의사 양기수 역은 이희준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이외에 남산 옆에서 지내는 그를 돕는 청년 최지완은 이준영 배우,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10대 소녀 한수나는 노정의 배우, 남산과 함께 황궁아파트로 들어가 싸우는 특수부대 중사 이은호는 안지혜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안지혜 배우는 이전 작품 늑대사냥, 불어라 검풍아 등에서도 액션 연기를 했기에 이번에도 멋있는 액션신을 보여줬습니다.
콘크리트도 부술 것 같은 마동석 파워
대지진이 휩쓸고 간 세상은 인간의 야만성과 도덕성이 충돌하는 혼돈만이 남았습니다. 황폐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직 운동선수 출신 주인공 남산(마동석)은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해 외부의 적으로부터 마을 주민을 지키고 식량을 구하는 사냥꾼입니다.
절망만이 전부인 이곳에서 어린아이들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유일한 희망입니다. 올해로 18살이 된 수나는 남산과 그리고 마을 주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어느 날 말끔한 얼굴에 단정한 옷을 입은 한 여성과 정장을 입은 남성 무리가 마을을 찾아옵니다.
그들은 희망의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설득합니다. 남산은 소문으로만 얼핏 들었던 유토피아 황궁아파트가 실존한다고 생각해 수나의 앞날을 위해서 보내줍니다. 수나를 보낸 날 잠이 오지 않아 지완과 함께 밤사냥을 나왔다가 수나와 같이 떠난 할머니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정장을 입은 남성들은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좀비처럼 계속 달려듭니다. 어렵사리 군인 이은호 중사의 도움으로 좀비 남성들을 퇴치한 남산은 수나를 찾기 위해 지완, 이은호 중사와 길을 나섭니다. 황궁아파트에 출입이 가능한 통칭 타이거(박효준)를 참교육 시켜 안내를 받습니다.
도착한 황궁아파트에는 좀비 군인 떼들과 어린아이들을 잡아 실험을 하는 미친 과학자 양기수가 있었습니다. 남산은 좀비 군인들을 주먹, 칼, 총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차례차례 제압하고 수나를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범죄도시4 완성도가 심히 걱정되는 허 감독의 연출
황야는 사람들의 기대가 컸던 탓인지 공개 후 안 좋은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을 이어받은 작품인지를 모르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스토리의 조악함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었습니다. 평점 1점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임은 이견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허명행 감독의 입문작이다 보니 감독으로서 부족한 역량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불량 조직이 트럭을 몰고 오는 장면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를 어설프게 흉내 낸 거 같았고, 군인들의 좀비 설정은 너무 뜬금없었습니다.
작품을 지탱하는 설정 자체가 허술하다 보니 장면과 다음 장면의 연결도 어색한 부분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들을 지완이 총으로 너무 쉽게 제압하는 모습이나 총을 발사하면 간단히 처리했을 주인공을 굳이 뒤에서 달려들어 총으로 때리는 등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 배우가 보여준 유머 코드는 황야에서도 윤활유로 작용했지만 타이거처럼 좋은 합을 보여주는 배역이 영화 중간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게 맥없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영화는 결말 클라이맥스에서 갈등이 폭발하고 해소되는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어째 영화가 갈수록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꺼져버립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래서 도대체 메시지가 무엇인지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감독의 부족한 역량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