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녀같은 김해숙과 신민아 배우
<3일의 휴가>는 2023년 연말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입니다. 김해숙, 신민아 배우가 모녀 관계를 연기하는 작품으로 육상효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를 볼 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전 작품 중에 딱히 눈에 띄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영화는 연말 가족, 연인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만큼 전 세대가 공감하는 코드인 '엄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놓고 관객을 울게 만들겠다는 건데...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그걸 잘 풀어내는 스토리와 연출이 없으면 억지스러운 신파극이 되기 쉽습니다.
육상효 감독은 개봉 전 영화 제작기를 통해 힐링에 판타지를 더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라 밝혔는데 얼마나 잘 녹여냈을지 처음에는 기대가 컸습니다.
자랑스러운 딸이 시골에서 식당을?
영화 <3일의 휴가>는 복자(김해숙)가 죽은 후 3년째 됐을 때, 3일의 휴가를 받아 천사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현실 세계로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복자의 계획은 미국 UCLA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내려와 마주한 장면은 살아생전 자신이 운영하던 시골 백반집 풍경과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생각했던 모습과 너무 다른 달라 어리둥절하지만 귀신이기에 복자의 모습과 목소리는 딸에게 닿지 않습니다. 3일 동안 복자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있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딸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미국 가는 날조차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던 무심한 딸이라 생각했지만 흘리듯 했던 말을 기억하고 밤사이 몰래 도라지즙을 사놓은 것이 딸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겉으로 진주는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아 한국으로 돌아온 듯 보이나 그 내면에는 끝까지 따뜻한 말 한마디 엄마에게 건네지 못한 후회와 다시는 못 보는 엄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진주의 시골살이는 어쩌면 엄마에 대해 늦게나마 전하는 미안함의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만들고 또 만들며 함께했던 기억을 추억합니다.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그렇듯 복자는 딸이 자신에 대한 미안함은 모두 잊고 본인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휴가 마지막날 자신을 데리러 온 천사(강기영)에게 부탁해 어떠한 조건을 걸고 꿈속에서 살아있을 때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어설프며 맞춤법도 틀렸지만 진심이 담긴 글을 남기고 떠나며 영화를 끝을 맺습니다.
힐링을 주는 전원 풍경과 아쉬운 스토리
영화의 주배경이 되는 시골 복자집은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전국을 수소문하며 찾아낸 곳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진주가 시골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모고 있으면 힐링이 되는 기분이 저절로 듭니다.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놓고 '울어라!' 하는 영화는 싫지만 알면서도 현실과 오버랩되기에 울 수밖에 없는 것이 엄마, 아빠 등 이른바 가족 눈물코드입니다. 보면서 서로의 애틋함이 보이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린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시나리오를 7번 방의 선물을 각색한 유영아 작가님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보니 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영화 중간마다 배치해 웃음과 재미를 주려고 천사(강기영)와 복자(김해숙)의 티카타카하는 모습을 종종 연출하지만 대사나 웃음 주는 장치들이 어설픕니다. 소위 말하는 글의 맛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또한,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화면에서 표현되지 않고 밋밋하다 그려지니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진주(신민아)가 스팸김치찌개, 잔치국수 등 요리는 만드는 장면에서는 리틀포레스트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진주가 백반집을 운영하는 설정에 더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백반집이라는 공간에 집중하면 중간에 친구로 나오는 미진(황보라)과의 호흡도 더욱 살아서 매력적인 배우들을 짧게 소비시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쳤다.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으려 했지만 어느 것 하나 관객에서 제대로 닿지 못한 부모님 전상서